연준(Fed) 의장의 기자회견은 단순한 설명이 아닙니다. 시장은 의장의 한마디, 심지어 한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. 실제로 수많은 사례에서 의장의 발언 직후 주가, 채권금리, 환율이 급변했습니다. 이번 글에서는 최근 주요 기자회견 발언과 그 직후 시장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살펴보며, 왜 ‘말의 힘’이 중요한지를 구체적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.
1. 2022년 11월: '조기 전환' 기대를 꺾은 파월 의장
2022년 11월 FOMC 회의 직후, 시장은 연준이 곧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기대를 키우고 있었습니다. 그러나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.
"Ultimate level of interest rates will be higher than previously expected."
이 발언 한 줄로 시장은 즉시 반응했습니다. S&P500 지수는 기자회견 중 급락했고,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급등했습니다. 시장은 "피벗(pivot)"이 아닌 "더 오래, 더 높게(higher for longer)"라는 메시지를 받아들였습니다.
2. 2023년 3월: 실리콘밸리은행(SVB) 사태 이후의 미묘한 표현
SVB 붕괴 이후 금융불안 우려가 확산된 상황에서 열린 FOMC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면서도, 기존에 사용하던 문구를 바꿨습니다.
기존: “Ongoing increases in the target range will be appropriate.”
변경 후: “Some additional policy firming may be appropriate.”
‘지속적인 인상’이 ‘일부 추가 긴축’으로 바뀌자 시장은 이를 매파적 완화(dovish tilt)로 해석했습니다. 기자회견이 끝나자 S&P500은 반등했고, 달러 가치는 하락했습니다. 같은 금리 결정이라도 문구 하나의 변화가 시장의 해석을 완전히 바꾼 대표적인 사례입니다.
3. 2023년 12월: ‘피벗’ 신호로 시장이 환호한 기자회견
2023년 12월 FOMC에서 금리는 동결되었지만, 점도표에 2024년 세 차례의 금리 인하 예상이 반영되었습니다. 이후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.
"We're likely at or near the peak rate for this cycle."
이 발언 이후, 시장은 곧바로 정책 전환(pivot)이 임박했다고 판단했습니다. S&P500은 급등했고, 미국채 금리는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. 연준이 ‘인내’에서 ‘전환’으로 기조를 옮기고 있다는 시장의 해석이 지배한 것입니다.
4. 같은 발언, 다른 반응: 시장은 기대와 비교한다
중요한 것은 의장의 발언 자체보다, 시장의 사전 기대와 얼마나 다르냐입니다. 어떤 표현이 완화적이더라도, 시장이 이미 그보다 더 완화적인 전망을 반영하고 있었다면 오히려 실망 매물이 나올 수 있습니다. 반대로 매파적 표현이라도 시장 예상보다는 덜 매파적이면 호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.
예컨대 “추가 인상 가능성은 열려 있다”는 발언이 매파처럼 들릴 수 있지만, 시장이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었다면 이것은 비둘기에서 매로의 전환처럼 해석되기도 합니다.
마무리하며
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은 정책 결정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. 작은 표현 하나가 시장의 방향을 바꾸고, 그 해석은 항상 기대와의 간극 속에서 이루어집니다. 기자회견을 단순히 ‘말잔치’로 볼 것이 아니라, 시장 참여자들이 어떤 기대를 하고 있었는지, 그리고 어떻게 반응했는지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더욱 명확한 통화정책의 흐름을 읽을 수 있습니다.
다음 글에서는 연준 의장이 자주 사용하는 표현들의 의미와 그 역사적 맥락을 살펴보며, '중앙은행 언어'의 해석법을 좀 더 깊이 있게 알아보겠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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